지난주 토요일인 7월 16일 구수산 도서관 재개관 기념으로 열린 김중혁 작가와의 만남 강연회에 다녀온 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.

동생과 나는 작년 7월에 있었던 정유정 작가와의 만남 이후 근 1년 만에 다시 구수산 도서관을 찾았다.
이렇게 꾸준히 인지도 있는 작가분들을 모셔와서 직접 대면할 기회를 주니 북구 주민으로서는 너무 행복하다😍

종종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서 구수산 도서관이나 대현 도서관의 책을 빌려보곤 하지만, 이런 이벤트가 아니라면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은 아니기에 직접 방문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.
이야기가 좀 옆으로 새지만 태전 도서관에는 보고 싶은 IT 관련 도서가 너무 없어서 업무 관련 도서들을 주로 위의 두 도서관에서 빌려보곤 한다... (태전 도서관에도 디자인이나 개발 관련 도서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.)

도서관 내부로 들어가니 1층 로비에 마련된 패널 위에 한가득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.
우리도 더운 초복 날씨에 대구에 와 주신 작가님께 보내는 메시지를 적어서 붙이고 행사장인 2층으로 향했다.

강연장 입구에서 신청자 본인 확인 후 사진 촬영 동의와 서명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.
오후 2시 부터 시작인데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더니 사람이 거의 없었다.
그 덕에 운 좋게도 1열에 앉아서 가까이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!

실제 홀 크기보다 위의 사진이 좀 더 좁아 보이게 나왔는데, 신청받을 때 130명을 받았으니 수용 가능 인원도 그 정도 선이 아닐까 싶다.
자리에 앉아서 어젯 밤에 읽던 '오늘 딱 하루만 잘 살아 볼까?'를 좀 더 읽으면서 강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.

드디어 강연이 시작되고 무대 위에 올라온 그분은 KBS '대화의 희열'을 통해 보던 것보다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드는 외모에 재킷 안에 너바나 티셔츠를 받쳐 입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. (비록 사진엔 그게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...)
그래서 록 음악을 좋아하시나? 라고 생각했지만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들으시는 것 같았다.
하루를 창의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- 강연 내용
창의력 강의를 하면서 혼자 떠들고 강의하는 게 전혀 창의적인 않은 것 같아 최근 강의 스타일을 바꿨다며, 처음부터 우리의 참여를 유도했다.
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는데 밸런스 게임과 세 가지 단어로 문장 만들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마칠 시간이 되어 있었다.
강연 주제는 '하루를 창의적으로 살아가는 방법'이었지만, 막상 듣고 보니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이 들었으면 좋았을 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.
밸런스 게임 - 스토리 텔링
밸런스 게임은 극단적인 두 개의 사례를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철학, 사회성 등을 알아보는 게임이다.
작가님이 20여년 정도 소설이나 이야기를 써오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심하며 공부해 왔는데 밸런스 게임을 보는 순간 졌다!.... 고 생각했단다.
게임 하나가 몰입감이 어찌나 강한지 누군가에게 스토리텔링을 전하고 싶을 때 이만큼 극적인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, 그래서 요즘 밸런스 게임 만들기에 꽃혀있다고...
극단적인 선택지 중 하나를 무조건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결과 자체보다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.
Q1. 사랑하는 사람보다 하루 일찍 죽기 vs 사랑하는 사람보다 하루 늦게 죽기
Q2. 내일을 볼 수 있는 능력 vs 어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
Q3.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기 vs 가장 불행했던 시절로 돌아가기
Q4.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 vs 자기 속을 절대 얘기하지 않는 사람
Q5. 평생 책 없이 살기 vs 평생 음악 없이 살기
Q6. 사랑하는 사람의 속마음 알기 vs 내 속마음을 부모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알아주기
그날 이야기했던 밸런스 게임 질문들이다. 결정 장애라 그런가? 몇 초 만에 순간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질문들...🙄
밸런스 게임을 확대해 보면 스토리텔링으로 발전될 수 있는 게 많다며,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.
이야기를 설정하고 발전시킬 때 극단적인 생각부터 하는 버릇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, 말도 안 되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해 놓고 나면 그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란다.
작가님이 쓰신 '유리의 도시'라는 소설이 고층 빌딩에서 유리가 통째로 떨어져서 밑에 있는 사람이 죽는 이야기였는데, 실제로 4~5년 후 홍콩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.
아무리 극단적으로 상상해도 현실은 더 잔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, 우리의 상상이라는 게 그리 극단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...
두 번째 질문, 내일을 볼 수 있는 능력 vs 어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
과거, 현재, 미래 중 어디를 보고 살고 있는가 하는 인간의 세계관이 중요하고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펼쳐가는 경우가 아주 많아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스토리텔링의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골랐다고.
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다 연결돼 있고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내가 바꿀 수 없으니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야 하는 게 맞는데, 살다 보면 그걸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것 같다.
그래도 난 미래 지향적이고 싶다.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건 없지만 내 손으로 조금이라도 바꿀 있는 거니까.
네 번째 질문,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 vs 자기 속을 절대 얘기하는 사람
말을 잘한다는 것과 글을 잘 쓴다는 건 어떤 것인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.
매끄러운 문장이나 막힘 없이 술술 얘기하는 스킬 같은 것을 잘 구사하면 글을 잘 쓰고, 말을 잘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.
조금 어눌하더라도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, 좀 거친 문장이더라도 정말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사람으로 인정받으면 좋겠지만...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.
그래서 더 솔직히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.
속마음을 얘기 안 하는 사람도 말이 아닌 다른 방식(글, 노래, 춤 등)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,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하나씩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결론이었다.
다섯 번째 질문, 평생 책 없이 살기 vs 평생 음악 없이 살기
미국에서 이 밸런스 게임을 했는데 85%가 평생 책 없이 살기를 선택했다고 한다.
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유튜브 동영상을 더 많이 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.
우리가 가진 모든 감각을 통해 다양한 소스를 받아들이고 밸런스를 맞추려는 노력이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며, 창작자는 아주 넓고 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도 되고, 평소에 그런 관심들을 쌓아놓으면 모든 것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.
세 가지 단어로 문장 만들기
작가님이 미리 준비해 온 50가지 단어 중 세 가지를 무작위로 골라서 문장 만들기를 했다.
오신 분들이 다들 작가 지망생인지 어쩜 그리 척척 문장을 잘 만드는지 감탄했다😲
그중 생각 나는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.
옥수수/ 에어컨 /스웨터
김중혁 작가 : 겨울 스웨터를 잘못 꺼내 입어서 너무 더운 나무지 에어컨 앞에 앉아서 옥수수 알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집어 먹었다.
유리컵/ 빨대 /자전거
청중 : 빨대가 꽂힌 유리컵에 얼음물을 담아 마시면서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었다.
전봇대/ 의자/ 철사
청중 : 한 청년이 참석자 전봇대 옆에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올라가 기다란 철사를 전봇대를 향해 흔들고 있었다.
이유를 물었더니 외계인과 통신을 주고받았다고 했다.
나도 같이 흔들었다.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.
이렇게 세 개의 단어로 어떻게든 문장을 만들어 보려고 하면 없던 창의력도 저절로 생겨날 것 같긴 하다.
물론 고통이 따르겠지만...
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강연 시간을 초과해서 작가님이 준비해 오신 내용을 다 하지도 못한 채 Q&A 시간을 가지고 사인회를 끝으로 강연이 끝났다.
Q&A 시간에 필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질문이 있었는데 그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.
쌀로 밥 짓는 얘기지만 일단 책을 많이 읽는 것 밖에는 없고,
조언을 하자면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.
예를 들면… 엘리베이터에 되게 싫어하는 두 사람이 갇히게 됐다.
어떤 일이 벌어질까?
문장을 예쁘게 쓰는 게 핵심이 아니라
어떻게 자기 방식대로 푸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에
필사를 하고 글을 많이 써보는 것보다는
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.
질문이 독창적이면 글이 약간 허술해도 흡인력이 생긴다.
문장력이 문제가 아니라
어떻게 구성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에
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져보는 연습을
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.
평범한 하루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상한 하루는 잘 기억이 난다며, 최대한 이상한 하루였기를 바라고 이 계기를 통해서 뭔가 활력이 있고 창의로 가득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으로 오늘 강연은 막을 내렸다.
평소 책 표지 등에 그림을 즐겨 그리시는 것 같아서 사인해 주실 때 작가님께 간단히 그림을 그려달라고 말씀드렸는데, 부탁을 들어주셨다🤠

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중간에 글도 날아가고 진땀나는 일요일 점심이다😂
예약 글은 왜 임시 저장이 안되는 건가요? ㅠ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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